건축물철거 전문기업 에스이산업개발

피해 인정 사례가 늘면서 석면의 위험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지만 피해 확산의 또다른 뇌관인 '석면 슬레이트 지붕'에 대한 철거 지원사업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무허가 건물의 경우 자부담 비용문제로 허가건물 전환조차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석면 피해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22일 부산시와 양산부산대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에 따르면 2009년부터 부산에서 실시 중인 건강영향조사결과 지난 6월 말 현재 석면 피해 인정자는 4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만 20명 가까이 인정받은 데다 증세가 악화돼 높은 등급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J화학 인근 50~200m에서 10년간 살았던 A(66) 씨는 타지역으로 이사한 지 20년 만인 지난해 석면폐의증(석면폐증 의심)으로 분류됐다가 올들어 석편폐증 2급 판정을 받았다.

지난 6월 피해 인정자 43명
무허가 건물 자부담 많아 포기
"취약계층 지원 융통성 필요"

이에 따라 부산 전역에 흩어져 있는 석면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낡은 주택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석면 슬레이트 지붕은 대부분 내구연한 20~30년을 크게 넘어선 상태여서 슬레이트에 함유된 석면이 날릴 가능성이 높다.

석면 피해는 호흡기를 통해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부산의 경우 지난달 말 현재 집계된 슬레이트 건축물은 총 4만 7천572동으로, 이중 주택이 88.6%(4만 2천135동)를 차지한다. 16개 구·군 중 남구가 5천989동으로 가장 많으며, 부산진구(5천226동), 서구(4천798동), 강서구(4천508동) 등의 순이다.

이에 따라 정부 및 지자체가 2012년부터 국·시비를 투입해 슬레이트 지붕 철거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지붕 개량 등 자부담 비용 문제로 교체실적은 절반에 그치는 형편이다. 올해의 경우 1천400동을 대상으로 국·시비 43억 8천만 원이 투입됐지만 지난달 말 현재 철거완료된 것은 절반(712동)에 불과하다. 특히 남구는 0.48%(29동)로 가장 저조했다. 시가 별도예산 3억 5천만 원을 들여 100동을 대상으로 철거 뿐만 아니라 지붕개량비까지 투입하는 경제적 취약계층 지붕 개량 지원사업 역시 51동(51%)만 참여했다.

그동안 관련법상 철거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던 2만 2천941동의 무허가 주택은 더 큰 문제다. 특별조치법에 따라 올해 한시적으로 양성화의 길이 열렸지만, 철거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 허가 주택으로 전환한 곳은 단 21가구에 그쳤다.

양성화를 위한 설계비와 이행강제비만 350만 원 정도 드는데다가 영세민이 아닐 경우 지붕 개량비(350만 원 상당)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다보니 허가 주택 전환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부산석면추방공동대책위 관계자는 "기한 내 무허가 주택이 최대한 많이 전환될 수 있도록 각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설득과 홍보가 필요하며,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지원에 융통성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설승수 환경보전과장은 "부산의 경우 재개발지역으로 묶인 곳이 많아 참여율이 타 지역에 비해 낮은 수준이어서 한계가 있지만,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여진 기자